축의 시대 이전과 이후: 인류 사상의 변화 과정

인류 역사에서 특정한 시기는 철학과 종교, 사상적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기원전 800년~기원전 200년,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이 ‘축의 시대(Axial Age)’라고 명명한 이 시기는 인간의 사유 방식과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언자 이사야 등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인간의 내면과 윤리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으며, 이들의 가르침은 오늘날까지도 사회와 문명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명적 변화가 있기 전, 인류의 사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축의 시대 이후, 이러한 사상들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본 글에서는 동양과 서양을 중심으로 축의 시대 이전과 이후의 사상의 변화를 비교하고, 마지막으로 축의 시대가 한반도(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축의 시대 이전: 신화와 종교가 지배하던 세계

① 동양: 왕권과 신화적 세계관

축의 시대 이전, 동양의 주요 문명인 중국과 인도에서는 왕권 중심의 신화적 세계관이 지배적이었다.

• 중국에서는 하(夏), 상(商), 주(周) 왕조를 거치며 천명(天命) 사상이 자리 잡았다. 왕은 하늘의 뜻을 받아 통치한다고 여겨졌으며, 신과 조상에 대한 제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인도에서는 베다(Veda) 문헌을 중심으로 한 브라만교가 지배적이었다. 신을 찬양하는 제사(의례)가 종교의 중심이었으며, 인간은 카스트 제도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결정되었다.
• 이 시기의 사상은 신(神)의 권위를 강조하며, 개인이 아닌 집단과 의식이 강조되는 사회 구조를 기반으로 했다.

② 서양: 다신교와 신화적 세계관

서양에서도 신화적 사고가 사회를 지배했다.

•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일리아스, 오디세이아)가 철학 이전의 정신적 지배력을 갖고 있었으며,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주요 방식이었다.
• **중동(메소포타미아, 유대 사회)**에서는 여러 신을 섬기는 다신교 문화가 일반적이었으며, 종교적 의식과 예언자들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이 시기의 서양 사상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신들이 인간의 삶을 조종한다고 믿었다.

즉, 축의 시대 이전의 동서양 사회는 초월적 존재(신)와 왕권이 결합된 신정(神政) 체제가 지배적이었다. 인간의 삶은 신의 뜻에 따라 정해지며, 개인의 철학적 사고보다는 종교적 의례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다.

 

2. 축의 시대: 인간 중심 사상의 탄생

① 동양: 공자와 부처의 등장

축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동양에서는 인간 중심의 사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중국에서는 공자(Confucius)와 노자(Laozi)가 등장하여 도덕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했다.
  • 공자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인의(仁義)와 예(禮)**를 강조했으며, 윤리적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이상적 국가를 꿈꿨다.
  • 반면, 노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하며,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도에서는 부처(Buddha)가 기존의 브라만교적 신분 체계를 부정하며, 개인의 깨달음을 통해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를 창시했다.
  • 이는 인간의 노력과 수행을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운명론적 세계관과 크게 차별되었다.

② 서양: 소크라테스와 유대교의 윤리적 전환

서양에서도 축의 시대를 맞아 신 중심의 사고에서 인간 중심의 사고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Socrates),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등의 철학자들이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강조했다.
  • 소크라테스는 기존의 신화적 사고에서 벗어나, **논리와 대화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문답법)**을 제시했다.
• 유대교에서는 예언자 이사야(Isaiah)가 등장하여 단순한 신앙을 넘어 도덕적 책임과 정의를 강조했다.
  • 이사야는 신의 계명을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가난한 자를 돕고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신앙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즉, 축의 시대에는 개인의 도덕적 성찰과 철학적 탐구가 강조되면서,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사고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3. 축의 시대 이후: 동서양 사상의 발전과 영향

① 동양: 유교와 불교의 확산

• 중국에서는 공자의 유교 사상이 한(漢) 나라 때 국교화되면서 사회 전반의 윤리 체계를 형성했다.
• 인도에서는 불교가 동남아시아와 중국, 일본 등지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② 서양: 철학과 종교의 융합

• 그리스 철학은 로마를 거쳐 유럽의 기독교 사상과 결합되었으며, 중세 유럽의 신학적 철학(스콜라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
• 유대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로 발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4. 축의 시대와 한국: 한반도의 변화 과정

축의 시대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 고조선 시대(기원전 2333년~기원전 108년): 단군 신화를 바탕으로 한 신화적 세계관이 지배적이었다.
• 삼국 시대(기원전 1세기~기원후 7세기):
  • 불교가 고구려, 백제, 신라로 전파되며 한국 사상의 핵심이 됨.
  • 유교가 도입되어 신라와 고려의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음.
• 조선 시대(1392~1897년):
  • 유교가 국가 이념으로 자리 잡으며, 공자의 사상이 사회 전반을 지배.

즉, 한반도에서는 축의 시대의 핵심 사상이 중국을 통해 전래되면서 불교와 유교 중심의 사상 체계가 확립되었다.

5. 결론: 축의 시대의 유산과 현대 사회

축의 시대 이전에는 신 중심의 사고가 지배적이었지만, 축의 시대를 기점으로 인간의 도덕과 철학적 사고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동서양 모두 이러한 변화를 겪었으며, 한국 역시 유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축의 시대의 유산을 바탕으로 인간의 가치와 윤리를 탐구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