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전쟁』을 중심으로
종교는 종종 폭력과 연결된다. 십자군 전쟁, 이슬람 극단주의, 종교 분쟁 등은 우리가 ‘종교가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종교가 없다면, 폭력도 사라질까?”
하지만 이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종교가 없는 사회, 혹은 종교의 영향력이 극히 미미한 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전쟁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은 『신의 전쟁(Fields of Blood)』에서 이 질문에 대해 깊이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그녀는 폭력의 본질이 종교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와 권력, 불평등, 정치적 억압 등 복합적인 요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는 종교 없는 사회에서 폭력이 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폭력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암스트롱의 시각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1. 종교와 폭력: 단순한 인과관계인가?
종교가 폭력의 원인이라는 통념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자주 폭력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 공격
-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종교재판
- 유럽 종교개혁기의 가톨릭-개신교 전쟁
이러한 사건들은 “종교는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신의 전쟁』에서 이러한 결론이 지나치게 단편적이라고 비판한다.
암스트롱의 반론: “폭력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다”
암스트롱은 폭력의 원인을 종교 그 자체로 돌리는 것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는 오류라고 본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 종교는 인간의 도덕성, 공동체 윤리, 평화와 자비를 강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 대부분의 종교 전쟁은 정치적 목적, 경제적 이해관계, 권력 투쟁에 의해 촉발되었다.
- 종교는 이러한 현실적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이용된 경우가 많다.
👉 즉, 폭력은 종교에 내재한 속성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2. 종교 없는 사회의 현실: 폭력은 사라졌는가?
무신론 국가에서도 폭력은 존재했다
‘종교 없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20세기 전체주의 정권들이다. 이들은 종교를 억압하거나 제거하고 세속적인 이념을 절대화했다.
- 소련(스탈린 시대):
- 종교 탄압, 수백만 명의 숙청, 강제 수용소
- 국가는 신의 자리를 대체하고, 이념을 신성시함
- 중국(마오쩌둥 시대):
- 문화 대혁명 당시 불교 사원, 도교 사당, 교회 파괴
- 종교는 미신으로 간주되었고, 대신 공산주의가 ‘신성한 교리’가 됨
- 북한:
- 국가가 종교를 완전히 금지하고, 수령을 신격화
-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체제를 유지함
암스트롱은 이와 같은 사례를 분석하며, 폭력은 종교가 없는 사회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종교를 대체한 이념이 더욱 폭력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념이 종교처럼 작동할 수 있다
『신의 전쟁』에서 암스트롱은 “세속 이념도 종교처럼 절대화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 공산주의, 파시즘, 민족주의 등은 자신들의 이념을 ‘절대 진리’로 삼고, 이견을 억압했다.
- 이들 사회에서는 종교 없이도 ‘이단자’와 ‘적’이 존재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폭력이 정당화되었다.
- 즉, 인간은 무엇인가를 절대화하고, 이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경향을 갖고 있다.
👉 따라서 종교가 없어도 인간 사회에서 폭력이 자동으로 사라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3. 폭력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권력과 불평등, 억압이 폭력의 뿌리
암스트롱은 폭력의 근본 원인을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 권력 집중과 권위주의 통치
-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 갈등
- 정체성 정치와 배제의 논리
- 국가 간 자원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
이러한 조건은 종교가 있든 없든 간에 인간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폭력을 유발하는 토양이 된다.
종교는 때때로 폭력의 방패가 되기도 한다
반면, 종교는 이러한 구조적 폭력에 맞서 윤리적 저항과 연대의 기반이 되는 경우도 많다.
- 마틴 루터 킹 목사: 흑인 인권운동을 위해 기독교적 사랑과 비폭력 저항을 실천함
- 간디: 힌두교의 아힘사(비폭력) 사상을 통해 인도 독립운동을 전개
- 달라이 라마: 티베트 불교 전통을 바탕으로 비폭력 저항을 유지
암스트롱은 이처럼 종교가 폭력의 원인이 아니라, 도덕적 기준이 되어 사회를 교정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 결국 폭력의 문제는 종교의 유무가 아니라, 권력과 인간의 본성,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는 구조의 문제이다.
4. 결론: 종교 없는 사회가 폭력 없는 사회는 아니다
✔ 종교는 역사적으로 폭력과 결합된 사례가 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 종교를 없앤다고 해서 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절대 이념’이 더 큰 폭력을 낳기도 한다.
✔ 인간 사회의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종교의 유무보다 권력의 구조, 경제적 불평등, 이념의 절대화 등을 성찰해야 한다.
✔ 종교는 폭력을 촉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비폭력과 정의, 평화를 위한 강력한 윤리적 자원이 되기도 한다.
🚀 카렌 암스트롱은 『신의 전쟁』을 통해 우리에게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 보다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역사적 이해를 요구한다. ‘종교 없는 사회’가 과연 ‘폭력 없는 사회’인지에 대한 답은, 단순히 신앙을 지우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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